꽃보다 노무현? 노무현보다 국민들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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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23. 15:12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노무현에 대한 반응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글을 발표했습니다. 글의 요지는 자신은 신뢰도 잃고 도덕성도 잃었으니 자신의 홈페이지를 닫고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를 닫고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각 언론과 블로그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블로거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대략 3가지의 반응이 나오더군요.


첫번째, 노무현은 나쁘다.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
주로 보수쪽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언행과 행적들을 비난하는 내용들이 많고, 좌파를 통틀어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수에 비해 도덕적 우위를 지켜온 진보계가 함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 상처는 앞으로 쉽게 치유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형무소로 가야 한다고 하고, 조갑제는 얼굴에 침을 뱉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둘째, 노무현은 나쁘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찜찜하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대변되는 좌파 계열의 반응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같은 좌파로 규정하고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부터 이들은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참여정부에서 행해진 비정규직, 한미FTA 등에서 큰 이견이 있었습니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옹호하진 않지만 검찰의 미심쩍은 수사와 이명박 정권의 이중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뒤로 물러나 있고, 일정한 선을 긋고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셋째, 노무현을 버릴 수 없다.
주로 노무현 지지자들이 보이는 반응입니다. 알다시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열성적이기로 유명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검찰수사에 대해 부당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사람, 아직도 믿겠다는 사람, 왜 떠나냐는 사람등 이명박 정권과 기타 역대 정권들이 더 더러웠는데 왜 노무현이 총대를 메냐는 식의 반응입니다.

꽃보다 노무현? 아니 노무현보다 국민들.
국민들은 큰 실망과 분노에 잠겼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생각했던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이번 사건은 부정부패와 정치권의 검은 돈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교훈은 역시 희망은 국민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2002년 노무현이 당선되자 많은 국민들은 희망을 염원했습니다. 민주주의가 꽃피고, 가난한자와 소외된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와 무엇보다 도덕적인 사회가 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기에도 지난 정권과 마찬가지로 가난한자와 소외된자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이는 대통령 한명의 당선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힘들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처럼 영웅이 나타나 태평성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허구가 된 것이죠. 누군가(정치인)를 믿고 따라가기보다 우리 국민들이 주인공이 되어 민주주의를 꽃피워야 합니다. 지난 여름 전국을 달구었던 촛불시위가 바로 그 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제 떠나보내고 우리는 서로를 믿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 사법처리를 받을 것이고 참여정부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들도 이제 과거에 얽매여 소모적인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과제들. 비정규직, 청년실업, 철거민, 등록금, MB악법, 대운하등의 문제에 힘을 모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노무현은 떠났지만 우리에겐 서로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