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세상은 돈이 양반인기라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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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1. 11:50



얼마전 6시 칼퇴근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점심을 좀 일찍 먹어서 배가 막 고파오기 시작할 시간이었습니다. 여의도에서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노점의 떡볶이가 유혹을 해서 여자친구와 순대와 떡볶이를 1인분씩 시켜서 먹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초면인데도 아주 살갑게 대해주시고 맛도 좋아서 허겁지겁 먹고 있었죠.

여의도의 노점은 주변이 업무지구이다 보니 주말엔 일을 못하고 평일에도 낮에 간식시간 때에만 반짝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날도 소량만 요리를 해놓으셨더라구요. 여자친구와 열심히 먹고 있는데 중년의 남성 한분이 떡볶이를 시킵니다.

[아주머니] "얼마나 드릴까요?"
[남성] "떡볶이 1인분이랑 순대 1인분 주세요."
[아주머니] "드시고 가실거에요?"
[남성] "아뇨, 가져가서 먹을 겁니다."
[아주머니] "어느 건물에서 일하세요?"(아주머니는 근처 빌딩의 회사원인줄 아셨나봐요)
[남성] "말투가 경상도시네요? 고향이 어디세요?"
[아주머니] "경북 영주에요"
[남성] "말투가 그런것 같더라구요. 저도 경상도입니다. 경남 00군"

갑자기 아주머니가 방긋 웃으시더니, 경북은 '양반'이고 경남은 '상놈' 동네라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서 귀를 쫑긋세우고 듣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경북 북부지방도 양반이 많고, 그 남성분이 오셨다는 경남의 한 도시도 양반의 고장이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남성] "에이, 요즘 그런게 어딨어요."
[아주머니] "맞아요. 다 옛날 이야기지. 이놈의 세상은 돈이 양반이라.."
[남성] "맞아요. 이젠 돈이 양반이지"

예전부터 드는 생각인데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국민 대다수가 족보도 없었는데 이제와 성씨를 따지고 하는거 보면 참 웃기는 일입니다. 떡볶이 파는 아줌마와 와이셔츠 파는 남성분의 정겨운 대화였지만 끝의 대화는 좀 씁쓸하더군요. 돈 때문에 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 전 대통령과 측근들도 돈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돈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고. 가진자들을 더 배불리게 해주는 법들이 통과되지만 국민들은 경제를 살려줄거라고 믿는 사회. 사람 위에 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이 양반인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