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생각의 좌표'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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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13. 10:39

바쁜일과 이사 그리고 자전거여행 때문에 바빠서 한동안 책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잡은 책이 홍세화씨의 '생각의 좌표'입니다. 책이 출간된지도 꽤 되었고 주변 지인들이 내용이 좋다고 추천해주어서 한번은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세화씨는 프랑스에서 오랜 망명생활로 유명한 분입니다. 90년대 말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집필활동과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그동안 책도 많이 내고 유명한 분입니다.

홍세화의 책중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와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은 읽어보았습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홍세화 개인으로써 오랜 망명을 하고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 불행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프랑스에 오래 살면서 참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외부에서 한국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홍세화씨가 아마 한국에 계속 살았다면 이런 통찰력 높은 시각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의 좌표'는 위 사진의 부제에서 보이듯이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법'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주관이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그 주관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가정환경이나 주변환경 또는 교육이나 지인과 책을 통해서 주관이 형성됩니다. 저도 사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 계기가 독서와 주변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였습니다.

홍세화는 '생각의 좌표'에서 콩도르세는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과 '믿는 사람'으로 나누었다고 합니다. 이는 '근대적 인간'과 '중세적 인간'으로 나눈 것인데 이를 홍세화 식으로 정리하면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를 물을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면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라고 물을때 자기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그나마 열리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자기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없는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믿는'사람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점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은 끊이없이 자기 부정을 하지 않고 자기 확신을 하게 되면 그대로 멈춰있을수밖에 없습니다. 보수건 진보간에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고 바꾸지 않는다면 극우가 되고 극좌가 되는 것이겠죠. 민주화시대에 진보인사로 불리던 사람들이 지금에 와서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라고 하거나 보수 뺨치는 발언과 행동을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이 멈춰있으면 썩게 마련입니다.

늘 '내 주관이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고민하고 독서하고 토론하는 사람들은 돈이 주인인 한국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왜 끊임없이 비상식적인 사건사고들이 넘쳐나는지 의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깨달을수 있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돈의 노예로 교육시키는 한국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깨닫는 사람들이 늘어나다면 미래는 조금 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각의 좌표 - 10점
홍세화 지음/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