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고 기분 나쁜 쿽(Quark)의 횡포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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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5. 19:59


컴퓨터를 조금 아시는 분들은 쿽(Quark)이라고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문가용 출판편집 프로그램을 쿽이라고 하죠. 출판사와 디자인업체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저도 관련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데 작년 12월에 있었던 쿽社의 황당하고 기분 나뻤던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글을 씁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영업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쿽프로그램 쓰고 계신가요?"라고 묻길래 우리는 맥킨토시 컴퓨터 자체도 없고 프로그램이 후져서 쿽으로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각주:1] 그러더니 사무실 이곳저곳을 훑어보더니 별 큰일 없이 돌아가더군요. 명함 한장 주면서....

하지만 몇일이 지난 후에 아래 사진처럼 내용증명이 날아오는 겁니다. 내용증명의 내용은 귀사가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정품을 확인할 수 있는 시디키를 보내거나 합의해서 정품을 사던지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라는 요지의 문서였습니다. 실제로 쿽을 쓰지도 않고 맥킨토시 컴퓨터도 없는 우리는 너무 황당해서 법무법인 담당자에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우린 쿽 프로그램을 쓰지도 않고 맥도 없는데 왜 이런 내용증명을 보냅니까?"라고 물으니

"저희(쿽 단속 대행 법무법인)가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표기된 일자까지 확인을 안해주시면 정식 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
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시 말했습니다.

"우린 사용한적이 없으니 알아서 해라."
라고 전화를 끊으니 그 뒤로 4개월동안 감감 무소식입니다. 황당하죠.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사용한것은 당연히 잘못된 일입니다. 불법복제 단속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무슨 근거로 사무실에 마음대로 들어와서 살펴보고 정확한 증거도 없으면서 내용증명을 보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거 분명 업무방해 아닌가요? 뭐, 쿽의 횡포는 다들 들어봐서 아실겁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주르륵 나오는게 쿽의 횡포입니다.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단속도 좋지만 이런식으론 곤란합니다. 불법채권추심과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쿽사의 이미지만 나빠질거라고 생각합니다. 큰 소리치면 대충 넘어가고 혹시나 걸려드는 중소업체는 몇백만원을 주고 정품을 사야 합니다. 불법복제 프로그램 단속도 좋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단속을 해야지 낚시[각주:2]에 걸려들게 하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1. 우리 회사는 어도비의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씁니다. 요즘 디자인계에서 대세는 이 제품이라고 하더군요. [본문으로]
  2. 스팸메일과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내용증명 마구 뿌린 다음에 혹시나 걸려드는 업체는 수백만원을 내야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