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 야구는 꿈이 아니라 현실, 천하무적야구단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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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3. 22:53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주말마다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바로 '천하무적 야구단'이다. 처음 시작할때만 하더라도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성공하고 오래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천하무적 야구단 출연자들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진정성에 의심이 갔기 때문이었다. 단지 WBC 준우승이라는 인기를 뒤엎고 만든 이벤트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지금 출연자들은 주전경쟁을 하고 부족한 실력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위해 억지 웃음을 쥐어짜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천하무적야구단은 야구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닫혔던 나의 마음도 열리게 되었다.그래서 몇달전부터 시간이되면 생방송을 챙겨보고 일이 있어 못보면 재방송으로라도 보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함을 벗어던지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로써 펼치는 경기모습을 보면 편견을 가졌던 것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비록 전국대회 1회전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진심이 담긴 눈물을 보면서 야구를 향한 그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천하무적 야구단의 2010년 목표는 '꿈의 구장'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야구 인프라는 그 인기와 실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열악하다. 중고교의 운동장을 빌려 연습을 하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좋은 환경이다. 비가오면 경기를 못하고 딱딱한 운동장에선 부상을 입기 쉽다. 도시 곳곳에 야구장이 있는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한국이 WBC에서 준우승을 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될 정도이다. 최근들어 프로야구를 보는것을 떠나서 직접 할 수 있는 사회인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팀들에게도 열악한 야구장 시설이 사회인야구단은 좋을리가 없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 이후 각 지자체들은 돔구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지자체들의 발표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계속되어온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발표라고 보는 이유이다. 돔구장도 좋지만 야구장의 현대화와 신설구장 개장이 더 필요한데 지자체들은 보여주기 식의 돔구장 건설계획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한국야구의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천하무적 야구단'이 나섰다.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사회인야구 경기를 치를수 있는 구장을 만드는 것이 2010년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PD와 출연자들 대화에도 나오지만 제작진이 지자체에 구장 부지를 알아봤는데 거부당했다고 했다. 당시는 프로그램의 초기라 인지도가 없었기때문에 거절당했겠지만 이젠 지자체들도 구미가 당기는 프로젝트일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엔 선거가 있지 않은가. 

표를 의식해야 하는 자치단체장이라면 야구인과 천하무적야구단의 시청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일 구장건설 프로젝트에 욕심이 날 것이다. 반대로 선심성 공약이라고 비판받기 쉬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가 천하무적야구단의 꿈의구장 건설에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고 반대로 지지부진할수도 있다. 열악한 야구장 인프라를 바꾸는데 천하무적야구단의 활동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들이 해야할 일들은 연예인들이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쉬운 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KBO는 풀지 못했거나 관심밖이었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활동과는 별개로 지자체와 KBO가 나서서 야구장 인프라 확보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광화문에서 스노우보드 대회 말고 일반인들이 직접할 수 있는 축구장과 야구장 만드는 것이 시민들 체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