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노조, 이대로 무너지나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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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2. 18:27



사실 설립 자체를 못했으니 무너지고 말고 할게 없습니다. 하지만 선수노조 설립을 찬성하는 팬의 입장에서 이대로 설립도 못하고 무너지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프로야구 선수노조 설립이 쉽지가 않을 모양새입니다. 애초부터 선수노조 설립은 KBO와 각 구단의 방해공작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렇게까지 힘들줄은 몰랐습니다. 각 구단들도 시즌 중이라 드러내놓고 선수들을 압박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교묘하게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협도 시즌중에 설립선언을 한 것은 관중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지난 선수협때처럼 시즌중엔 구단들이 징계를 하지 못할거라는 계산이 있었던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8개 구단(언론 보도 대로라면) 모두가 선수노조 설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력하거나 유보를 할 정도는 생각 못했습니다.

처음 물꼬를 튼 구단은 삼성과 LG 선수들입니다. 지난 선수협때에도 이승엽을 선두로 반대를 했던 삼성은 그룹 전체의 반 노조 기조에 맞게 반대를 했습니다. LG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고, 이어서 두산, 롯데, 한화, 히어로즈 선수단도 오늘자 보도에 의하면 지지철회를 했다고 합니다. 

노조 관리(?) 일가견이 있는 재벌들이 모여있는 프로야구판이다보니 선수노조 설립이 쉽지많은 않을 것입니다. 삼성, 두산, 한화, 롯데, 기아(현대차그룹), SK, LG등 스폰서가 히어로즈를 빼면 프로야구 구단이라고 안하고 노동탄압 상위 그룹으로 명명해도 부족하지 않을 이름들입니다.

프로야구단의 모기업들은 노동탄압을 위해서라면 감청과 도청도 하고, 폭력도 일삼아 왔습니다. 어떤 그룹은 노동자가 분신자살을 하게 만들기도 했죠. 이런 그룹들이 모여 있으니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상대하는건 어쩌면 누워서 떡먹기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야구팬으로써 조금 실망했습니다. '적자'운운 하면서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구단의 논리를 선수들이 마치 대변인처럼 말하고 있더군요.  

지난 2000년, 선수협 사태때 선배들이 자신들의 야구 인생을 담보로 선수노조를 출범하려고 했었는지 안다면 지금처럼 사태가 흘러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주역들이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고 야구계에서 존경받고 있는데 말이죠. 물론 찬성을 하거나 반대를 하는 것은 선수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선수협과 선수노조를 설립하려고 했던 목표. 바로 선수들 자신들의 권익을 지켜줄 수 있는건 KBO도 아니고, 구단도 아니고 팬들도 아닙니다. 바로 선수들 자신들이 연대해야 지킬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노조의 설립은 시기상조가 아니라 늦어도 한참 늦은 문제입니다. 2군 선수들의 열악한 계약조건과 운동환경을 본다면 시기상조라고 말할 수 없겠죠.

제2의 장원삼 트레이드 사건이 일어난다면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요? 월 150만원 받으면서 방망이 살 돈도 부족한 2군 선수들은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요? WBC 준우승한 대한민국 야구의 현실입니다.

앞으로 있을 선수협 총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2009/05/10 - [삐뚤한 시선] - 프로야구 에티켓 좀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