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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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1. 23:34


주말에 제천에 일이 있어 기차를 타고 다녀왔다. 가기전 짐을 챙기며 가방에 넣은 책이 바로 김현진의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라는 책이다. 김현진의 책을 읽은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김현진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왔다.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작은책>에서도 소개된적이 있고 시사인과 한겨레에 글이 실리는것도 알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당돌한 여자. 기존 운동권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려는 가슴 따뜻한 20대. 나이답지(?)않게 많은 책을 낸 사람이지만 여전히 비주류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정도로 알고 있었다. 가끔 그녀의 칼럼을 읽으며 비슷한 나이대의 내가 생각치 못했던 깊이를 보며 지금 내가 열광해야 할 것은 소녀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기차를 타고 오고가며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내용의 깊이는 없다. 김현진의 예전 글을 생각하며 이 책을 샀다면 실망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도 자전적인 글인지 인터뷰인지 아님 창작인지 안내해주지 않아 모르겠다.

멋진 남자와 멋진 연애를 꿈꾸는 여자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드라마와는 달리 찌질한 B급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쁜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이용당하고 헤어지고 울고 다시 만나고....지은이 김현진도 당찬 모습과는 달리 B급 연애를 통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심정을 잘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이 책을 읽으며 여자들이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바라는 것은 비싼선물이나 화려함이 아닌 자신을 알아주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도 알았다.

'울지마, 베이비, 우린 살아있잖아. 괜찮아, 베이비. 코시 판 투데!'라는 말이 책에서 나온다. 사회 구조적으로 험난한 세상. 그리고 여전히 여성들에게 불리한 세상에서 '살아남자'라는 것이 김현진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끈질긴 놈이 이긴다'라는 말이 있다. 불과 몇십년 살다가는 인생에서 오래도록 행복하는 것이 성공하는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행복하게 사는것'이야 말로 B급 연애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가벼운 감이 있고 이전 김현진의 글과는 달리 내공이 부족한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2009년 대한민국 여성들의 현실을 본 것 같다. 나부터 '된장녀'라고 놀리지만 여성들이 왜 '된장녀'가 되려고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것은 알지도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 '쿨'한 것을 강요받는 세상이다. 특히나 여성들에게 말이다. 사회적으로나 연애에서나 과연 사람이 '쿨'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쿨'하기보다는 서로가 '핫'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10점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레드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