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특채논란, MB정권과 유명환 장관만의 문제?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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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6. 15:30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채 논란'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외교부는 의혹이 불거진 시점부터 줄곧 특채가 아니라고 항변해왔지만 오늘 밝혀진 바로는 장관 딸을 뽑기 위해 규정도 바꾸고, 면접에서 장관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몰아줌으로써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 순간이다. 숱한 말실수와 실패한 외교로 비판을 받아왔던 유명환 장관이었지만 이명박 정권의 신임을 받았던 그가 뜻하지 않은 문제로 낙마하게 되었다.

사실 유명환 장관의 사퇴는 '운'이 안좋았다. 유 장관보다 더 한 문제(?)를 일으켰어도 유야무야 넘어갔던 국무위원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더 심한 막말을 하고 의혹이 제기되었어도 청와대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면 그 자리를 지킬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개인의 흠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를 펼쳐왔다. 실정법을 어긴 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었으니 말 다한 인사였던 것이다.

딸 특채로 유명해진 유명환 장관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뜬금없이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서 달라졌다. 마침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이재훈 장관 후보자가 위법과 거짓말로 낙마하게 되고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외치고 있는데 그 밑에서 일할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대통령의 외침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됐을 뿐이다. 그런데 이때 유명환 장관 딸의 특채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논란이 일어나고 상당히 오랫동안 장관과 외교부의 반응이 '별일아니다'라는 것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 논란이 꼭 이명박 정권과 유명환 장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상당기간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관습이다. 진보정권 또는 좌파정권이라고 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도 늘 논란이 되었고,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문제이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자체장의 측근들이나 자녀들이 특채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지금의 여야와 지난정부 현정부를 막론하고 가슴찔리는 고위공직자들이 없을 정도일 것이다.

친구중에 '박물관 계통'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있다. 특성상 학예직 공무원들의 특채가 많은 곳인데 알게 모르게 특혜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자격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경이 없다면 뽑히기 힘든 구조이다. 뽑힐 사람을 정하고 시험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걸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들은 병풍 노릇을 할 뿐이다. 공정한 시험이 아니라 들러리만 하는 구조는 우리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문제를 이명박 정권의 부정으로 몰아가거나 유명환 장관 개인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권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나 기업이나 낙하산 인사 문제는 늘 있었던 아닌가? 돈이 있다고 배경이 있다고 남들보다 쉽게 취직하고 승진하는 것을 우리가 몰랐던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제는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발만큼은 공정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