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성범죄와의 전쟁'과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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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19. 11:31

경찰인권은 박종철이 죽은 그때에 멈추어 있다

김길태와 함께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경찰이 부정적 시선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이다. 김길태 수사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부산경찰은 대국민사과를 하기도 하고 성범죄 수배자 검거에 인력을 대거 투입하겠다고 한다. 정치권은 경찰총장을 불러서 뒤늦은 질타와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경찰총장은 다시 '시키는 일만 한다'며 부하들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갈길은 멀어만 보인다. 당장 엊그제 경찰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해서 물의를 빚고 있다. 남대문경찰서의 경찰이 인터넷으로 미성년자를 근무중에 만나 성폭행하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부산여중생 살인사건에서도 김길태를 일찍이 검거할수 있었는데도 뒤늦은 수사로 김길태를 수차례 놓쳤던 경찰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활개치던 조직폭력배들을 소탕한다는 목적이었지만 그 이면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시선을 돌리려는 속셈도 있었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사실이지만 애초의 목적을 달성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에도 조직폭력배는 우리 곁에서 떠나지 않았고 오히려 조직폭력배와 경찰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잊을만하면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강남 유흥업주와 경찰관들의 유착의혹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의 편에서 서서 부정부패와 싸워야 할 경찰이 오히려 불법을 눈감고 더 나아가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범죄와의 전쟁'이나 '성범죄 척결'이라는 경찰의 외침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경찰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은 '공권력이 땅에 떨어졌다'며 이른바 '법질서 확립'을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다. 법질서 확립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법질서는 다소 엉뚱하게 흘러갔다. 자신들과 국민들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이중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일련의 경찰부정사건들처럼 경찰마저 법을 지키지 않는데 국민들이 경찰을 신뢰하고 법을 지킬 수 있을까? 누가 누구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범죄에서 나를 지켜줘야 할 경찰이 서울 한복판에서 다른 성범죄자들처럼 달려드는 세상에서 누구를 믿을수 있단 말인가?

성범죄 근절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경찰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여성과 인권에 대한 지금과 같은 자세로는 절대 성범죄를 근절시킬수 없다. 경찰부터 성교육과 인권교육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인권에 대해 무지하다보니 성범죄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가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찰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으면 자신들부터 변해야 할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처럼 국민의 여론을 환기시키려 이벤트식의 대책말고 종합적이고 원인을 없앨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