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업복이와 언년이가 혹시 우리 조상님?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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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29. 08:30

추노는 기존 사극과는 다른 개념의 드라미이다. 기존 사극들의 왕과 귀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추노는 하층민중에도 제일 최하의 대우를 받았던 노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노비가 누구이던가.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양반으로 대표되는 조선사회를 지탱해준 계층이다. 불과 100년전 한반도에도 아메리카의 흑인 노예처럼 노비들이 살고 있었다. 노비는 돈으로 거래되고 양반의 소유물로 취급받았다. 

추노 업복이_KBS

추노 업복이_KBS


노예는 아프리카에서 아메라카로 팔려간 흑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도 있었다.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노비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났을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성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김해 김씨냐? 아니면 전주 이씨냐? 묻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어렸을때 친구들과 누구 조상이 잘난 사람이었냐고 자랑하던 기억이 있다. 누구의 조상은 어느시대 왕이었고 누구의 조상은 장군이었다며 잘난체를 했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의 조상들은 모두 왕이었고 장군이었고 양반이었다. 사회의 대부분인 서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1:9의 사회이듯이 조선시대에도 일부의 지배층과 다수의 피지배층이 있었다. 우리들 대부분의 조상이 이름도 없는 피지배층이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성씨를 따지고 지연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대부분 조선시대 후기나 일제시대에 족보를 사거나 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추노에 나오는  업복이나 언년이처럼 성이 없거나 이름없이 살았을 것이다.

추노를 보면서 드라마 같지 않은 영상미도 좋고 재미난 이야기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하층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좋았다. 추노에 나오는 노비들은 조선시대에 살았던 특이한 사람들이 아니라 2010년을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과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바로 그들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사극을 잘 즐겨보지 않았다. 그 재미있다던 태왕사신기나 최근 종영한 선덕여왕도 보지 않았다. 왠지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왕과 귀족들의 부와 권력 다툼에 죽어가는 백성들을 보기가 싫었다. 물론 현 시대의 생각으로 그 시대를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는 그것이 용인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일반 국민들이다. 

업복이와 언년이라는 인물은 다른 드라마였으면 스쳐가는 조연이었을 뿐이다. 물론 추노에서도 조연급이지만 노비를 다루는 드라미이기 때문에 특별한 배역이다. 업복이와 언년이를 보면서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각난다. 누가 알겠는가. 나 혹은 우리의 조상이 업복이와 언년이었을지. 추노가 다른 사극보다 특별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