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미달 경찰 "채증하면 시비걸거야. 그럼 검거해"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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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5. 11:28



국정감사장에서 밝혀진 서울경찰청 고위 간부들의 무전기 녹취록을 보면 경찰의 수준이 어떠한가 보여주고 있다. 나름 어렸을때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아 경찰의 고위 간부가 된 그들의 무전 내용은 이런 사람들과 과연 경찰인지 간부가 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경찰청 홈페이지를 가면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겠습니다'라고 다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간부들의 무전 내용은 경찰이 국민들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경찰은 국민에게 정성을 다하기보다는 '적군'이나 '진압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보는 족족 검거"
"잔당소탕"
"삼삼오오 이동하는 것을 검문하고 검거하라"
"보는 족족 검거해서 검거인원을 많도록 해라"
"인도에 산재해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쫓아가서 검거하라"
"관망하고 있는 군중들한테도 안내방송해서 해산하지 않으면 시위대로 간주해서 해산하라"
"채증하면 시비걸거야. 그럼 검거해"

위 내용이 바로 경찰 간부들의 무전내용이다. 대화 내용만 보면 전시작전이나 계엄이라도 내린 상황처럼 보일 정도이다. 경찰 간부들은 대놓고 검거인원을 늘려서 실적을 부풀리고 시민들을 자극해서 검거하라고 일선 경찰에게 요구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선 지휘관을 통제해야 할 주상용 서울지방청장이 앞장서서 일선 지휘관들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주청장은 방패로 시민을 내리찍는 강경진압 부대장을 칭찬하면서 다른 부대장에게 따르라고 요구했다. 시민을 방패로 찍은 전경과 지휘한 간부가 과연 처벌을 받았을지 칭찬을 받았을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국민에게 '정성'을 다하기보다 정권과 윗선의 눈치를 보고 승진을 하기 위한 경찰 간부와 일선 지휘관들은 국민을 때리고 찍고 팼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바로 선 법질서와 안전한 사회'를 외치고 있다. 자신들이 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불안한 사회를 조장하고 있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법질서와 안전한 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

'민중의 지팡이'는 부러진지 오래이다. 적어도 경찰 간부들에겐 말이다. 그들에게 시위대들은 그냥 소탕해야할 대상일뿐이다. 최대한 많이 검거하면 실적도 올리고 승진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먹잇감이겠는가. 일선 경찰의 안전은 뒤로한채 쌍용차 도장공장 진입을 명령한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시민사회에는 건전한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요구하고 있는 경찰. 언론플레이를 통해 시위대는 폭력과 불법을 저지르는 악당으로 만들고 자신들은 피해자라고 말하는 경찰. 하지만 이번 무전 녹취를 보면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중도실용과 국민소득 4만달러를 외쳐도 많은 국민들이 비웃는 이유가 여기있다. 국민의 인권은 짓밟는데 국민소득 4만달러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공권력을 남발한 경찰 간부들에게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경찰에게 용산참사와 촛불시위 시민들은 '정성'을 다해야 할 국민이 아니라 소탕해야 할 '잔당'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