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정몽준의 '월드컵 16강 병역혜택' 발언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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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7. 16:47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_축구협회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아직도 축구협회 회장인지 여당의 대표인지 헷갈리나보다. 정몽준 대표는 이윤성 국회부의장, 허정무 국가대표 감독, 조중현 축구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파 선수들과 오찬을 했다. 오찬중에 정몽준 대표는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을 경우 병역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병역혜택은 2002년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자 병역혜택을 받았고 야구대표팀도 WBC에서 4강에 오르자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말그대로 혜택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후에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와 일반인들의 병역에 민감하자 없던일로 되었다. 때문에 올해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도 야구대표팀 선수들은 병역혜택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의 추신수 선수는 올해 20-20클럽에 가입하는등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군에 입대해야 하는 처지이다. 정몽준 대표와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에서의 선전은 국위선양이니 병역혜택을 달라고 했지만 추신수는 어찌해야 할까?

한나라당은 양심적병역거부와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정당이다. 그러면서도 축구와 야구등의 일부 국가대표들의 병역혜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발언에 다른 비인기종목 선수들과 일반인들은 많은 괴리감을 느낄 것이다. 축구가 월드컵 16강 병역혜택을 주려면 핸드볼도 세계선수권 16강에 올라가면 병역면제를 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금도 많은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생계와 군대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박태환과 김연아가 있기전에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은 비인기종목의 대명사였다. 물론 아직도 박태환과 김연아가 아닌 수영과 피겨 선수들은 다른 비인기종목 선수들과 고민이 같을 것이다. 


해마다 터지는 병역비리에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 꼭 포함되고 있다. 그들이 포함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기와 돈, 그리고 실력이 보장되는 20대를 군대에서 썩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브로커를 통해 거액을 주고 어깨수술을 하고 갖은 편법을 통해 병역을 피하고 있다.

몇년전 메리저리그의 한국인 투수가 국적을 포기한 사건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대안도 없이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실력도 있고 야구를 하고 싶은데 한국인이라면 군대를 가야 한다. 2년간 군대를 다녀온다면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자리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 한가지 방법이 있다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금 추신수의 심정이 꼭 그럴 것이다.

정몽준 대표의 발언은 많은 것을 포괄해야 할 여당의 대표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어쩌면 이것이 정몽준 대표의 정치적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축구협회장이고 일개 국회의원이었으면 협회 소속 선수들을 위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지금 정몽준 대표는 축구선수들의 대표인가?

병역혜택은 말 그대로 혜택이 아닌가? 병역혜택을 생각하기전에 대체할 것을 찾아야 한다. 상무 선수단을 늘리던가(그나마 상무는 축소 예정) 아니면 스포츠 선수들이 병역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싶다.

일부 특정 종목의 선수들에게 혜택을 주려하지 말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여당 대표로서의 임무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책을 수립해야 할 여당의 대표가 대책은 말하지 않고 그저 혜택만 말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