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과 원희룡, 용산참사 유가족 방문과 한나라당 쇄신특위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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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4. 06:07


원희룡 의원

한나라당엔 이상한 계파가 있다. 친이도 아닌 그렇다고 친박도 아닌 이상한 계파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했을때 나타나 얼굴마담 노릇이나 화제를 전환하고는 사라지는 역할을 맞고 있다. 이들은 바로 한나라당 소장파라고 불리는 대표적으로 원희룡 의원이나 수도권의 초선 의원들이 그들이다.


특히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당 쇄신에 앞장서기도 했다. 당의 주류와는 다른 견해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야당에 동조하는 언행으로 당내에서 비판을 받은적도 있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기존의 구닥다리 이미지의 한나라당과는 차별화되고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가 많다. 야당의 이미지와 겹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원희룡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도 한나라당 의원이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쇄신특위 활동은 의원직을 걸겠다던 당초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쇄신은 없었다. 또한 각종 정치행보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의 강경노선에 동조하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초선 의원들이 앞장서 야당을 공격하고 방어막이 되기에 바빴다.

한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실천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정당 소속의 정치인으로써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그들이 결국엔 대부분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같은 입장을 표방하는 것을 보며 이들의 활동이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론과는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얻음으로써 야당의 이미지를 선점해버리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


이와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의 정운찬 총리이다. 추석 연휴 정운찬 총리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방문했다. 눈물을 글썽이고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정운찬 총리에 대한 반감과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반감도 조금은 누그러졌을 것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중도실용과 친서민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맞게 국무총리도 개혁적(?)이며 지난 대선에서 야당의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정운찬 총리를 지명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연일 재래시장과 취약계층을 만나고 있고, 정운찬 총리도 서민행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체없는 중도실용과 서민행보는 야당의 이미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보수정부, 부자정부로 불리며 서민보다는 재벌과 부자를 위한 정권으로 보여진 것이 사실이다. 그 선봉장에 정운찬 총리가 서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나몰라라 하던 용산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세종시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새 총리에게 바랬던 점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처럼 이명박 정부도 정운찬 총리도 보수정권, 재벌과 부자를 위한 정권이고 그 정권의 총리일 뿐이다. 아무리 서민을 위한다고 해도 한나라당 정책으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운찬 총리도 취임초 이명박 정권의 공식입장과는 다른 발언과 행보를 하고 있어도 결국엔 소장파 의원들처럼 달라질 수 없을 것이다.

정운찬 총리가 아무리 용산참사 유가족을 방문해도 검찰과 재판결과를 뒤집을수 없고 철거민에 대한 인식을 바꿀수 없는 것처럼 원희룡 의원도 한나라당 안에선 쇄신도 소신도 있을수 없다. 지지자들에 헷갈리게 훼이크(fake) 그만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바란다. 4대강 살리기가 환경살리기라 하고 성희롱과 성매매를 하고도 의원직 유지할 수 있고 법을 어겨도 장관이 될 수 있는 한나라당과 정부에 무슨 개혁이고 있고 쇄신이 있을까 의문이다.

그들은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라고 할지 모르지만 호랑이에게 볼모로 잡히거나 잡아먹힐 신세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