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여행기]바이킹을 4시간 타고 도착한 섬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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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15. 12:46

드디어 가거도로 출발했습니다. 가거도는 대한민국 최서남단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지만 그만큼 수도권에서 가기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목포항에서 8시 쾌속선이 있는데 서울에서 가려면 전날 내려가 숙박을 하던가 심야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야겠죠.

저는 목포도 구경할겸 전날 여유있게 내려갔습니다.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가는데 무려 5시간 가까이 가야하더군요. 용산역에서 아침 7시 기차를 탔는데 목포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습니다. 일단 점심을 먹고 목포시를 구석구석 걸어서 둘러봤습니다. 목포 여행기는 추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객터미널에서 가까운 모텔에서 하룻밤(3만5천원)을 자고 다음날 아침 8시에 쾌속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자친구는 배멀미가 걱정된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도 30분만 쾌속선을 더 탔으면 구토를 할 거 같았습니다. 4시간의 시간동안 파도와 싸우기는 참 어렵더군요. 먹는 멀미약과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을 복용했는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우리를 가거도까지 태워다줄 쾌속선. 하루에 한번 목포-가거도 운항

잠을 청하기도 하고, 매점에서 과자를 사먹기도 하고 중간중간 들리는 섬에서 약간의 바람을 쐬기도 했지만 조금 답답하더군요. 2층 좌석이 텅 비어서 올라가봤더니 배가 더 흔들리더군요. 경치는 좋았지만 배가 더 흔들려 배멀미 기운이 있으면 1층이 나을듯 합니다. 


배는 4시간동안 비금도와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를 거쳐 드디어 가거도에 도착합니다. 제가 놀이기구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바이킹을 4시간 탄 기분입니다. 그래도 가거도 항에 내리니 시원한 바람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어렵게 섬에 도착할 수 있으니 반대로 이렇게 좋은 환경이 보존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구로 마중나온 민박집 사장님의 트럭을 타고 멋진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10분정도 지나니 민박집이 보이더군요. 민박집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갔습니다. 섬누리민박집인데 1박2일과 극락도살인사건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바다와 제일 가까운 민박집이라서 선택을 했습니다.
 
민박집 창문으로 본 바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아~"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비경입니다. 방에 들어서니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사모님이 차려준 점심을 먹고 섬등반도를 산책했습니다.
안개도 끼고 바람이 많이 불어 스산한 느낌이 들었지만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한장면처럼 느껴져 좋더군요. 폐교와 폐가들이 느낌을 한층 더해줍니다. 섬등반도에서 민박집을 바라보니 경치가 더 좋습니다. 확트인 곳에서 잠시 앉아 있으니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방에 사라지는 듯 합니다.

절벽위에 지어진 민박집 전경. 표지판에 상해가 435km라고 설명하고 있다.

1961년 5월 16일 개교되었다는 폐교.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날 때 만들어진 학교다.

폐교. 극락도살인사건 촬영지

이승복 동상
학생이 사라진 폐교의 주인은 흰염소
독실산 줄기와 거기도리2구 전경
섬등반도에서 바라본 민박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