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명월 촬영거부 사태, 한예슬만 잘못인가?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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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7. 18:11

한예슬의 '스파이명월' 촬영거부 사태가 점점 수습되어 가는 모양입니다. 이미 이번주 방송분은 제대로 촬영하지 못했고, 다음주 방송분이 문제인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미국으로 출국했던 한예슬이 다시 입국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촬영거부를 하고 미국으로 가는 일련의 모양새는 연예계 은퇴까지도 불사하는 모습이었는데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거액의 소송 이야기까지 나오자 한예슬이 고개를 숙인것으로 보입니다.

알려졌다시피 한예슬의 촬영거부 사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원인입니다. 살인적인 촬영스케줄, 시청률저조, 스태프와의 불화 등 여러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미국에서 자란 한예슬의 성격도 한몫을 한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 한예슬이 촬영거부를 한다는 소식이 들릴때는 생방송과 같은 드라마 촬영 시스템에 대한 불만에 대해 동조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한예슬도 잘못이지만 방송사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예슬이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출국을 해버리자 이번엔 한예슬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언론플레이를 하자 한예슬의 목소리를 작아졌습니다. 결국 제작사와 방송사는 여배우 교체 또는 종영 그리고 거액의 소송 카드를 가지고 나오며 한예슬을 압박했습니다. 거기다가 스태프들이 한예슬을 비난하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양측은 건널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는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트위터에서 양동근이 말했듯이 분명 '살인적인 촬영 시스템'은 문제입니다. 한예슬이 촬영거부와 출국이라는 무리한 선택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원인은 그동안 여러곳에서 지적되었던 '쪽대본'과 '살인적 촬영시스템'이란 것을 대중들은 벌써 잊은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드라마도 다 이렇게 촬영한다'라거나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주연 연예인이 촬영거부를 한다'라며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양동근 트위터


어떤 사회적 일이 생겼을때 저는 약자의 위치에서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예슬 사태도 약자는 한예슬입니다. 한예슬이 촬영거부와 출국을 선택하면 방송계에서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몰랐을리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 공항에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예슬은 "제 희생으로 앞으로 후배들이나 여러 연기자들이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말이 촬영거부란 사상초유의 사태에 대한 면죄부가 될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스타급 배우가 촬영거부와 출국을 택했을까 연민이 듭니다. 결국 이번 문제는 한예슬이라는 스타배우라는 이름을 제쳐두고 보면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얼마나 열악한지 스스로 보여주는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한류'라는 이름아래 그동안 한국 드라마는 엄청난 성장을 한것처럼 보이지만 그 열매는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제작 시스템은 후진적이기만 합니다.

스파이명월 촬영장에서도 한예슬 뿐만 아니라 많은 촬영 스텝들도 밤샘 촬영해가며 일을 했을 것입니다. 물론 거기서 한예슬만 뛰쳐나가면서 문제가 되고 욕을 먹은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예슬만 욕먹거나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잘못은 가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한예슬이 귀국해서 사과하고 촬영을 이어간다고 하지만 드라마가 제대로 될일이 없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종영을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한예슬도 물의를 일으킨점에 대해서 사과하고 방송사와 제작사도 현재의 시스템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한예슬만 사과하고 제작 시스템은 그대로 가져간다면 제2의 한예슬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일어날 것입니다. 종편의 출현으로 방송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가고 스타연예인과 PD들은 수십억을 받고 방송사를 옮긴다고 난리인데 제작환경과 스테프들의 근로조건은 그대로 또는 더욱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