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엔 국산 고춧가루액 뿌려주세요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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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29. 16:40



5월 1일 노동절과 촛불 1주년을 앞두고 경찰이 연일 국민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폭력시위자를 현장에서 전원 체포하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불법시위자들에게 고춧가루액을 분사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축제이자 투쟁의 날인 노동절 행사도 불허한다고 합니다.

요즘 대한민국이 꼭 북한 같습니다. 초등학교 다닐때 선생님이 북한은 이사갈때도 허락받아야 하고 몇명이 모이기만 해도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고 이웃들이 서로 감시한다고 배웠는데 요즘 제가 사는 이 나라가 꼭 그렇습니다. 북한 나쁘다고 가르침을 받았는데 지금 한국도 그럼 나쁜 나라인가요?


헌법에는 분명히 집회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만 존재할 뿐입니다. 아직 5월 1일이 되지도 않았는데 불법시위를 할지 어떻게 알고 사전에 불허하는지 의문입니다.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정당한 집회를 사전에 '불법''폭력'운운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매도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행위입니다.

그 날 국민들이 많이 못 모이게 하려는 의도이겠죠. 그들은 희생양이 없나 기다리다가 본보기로 몇명을 잡아 전체인양 호도하겠죠. 아주 뻔한 스토리입니다. 만약 불법폭력과격시위가 발생한다면 그때 진압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정도도 못막고 정보도 없다면 그게 경찰입니까? 폭력사태가 벌어지는 것 국민들과 시위대도 원하지 않습니다.

불법시위가 왜 그렇게 많을까요? 국민들이 폭력적이어서? 시위대가 법을 지키지 않아서? 아닙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집시법 때문입니다. 또한 경찰의 잣대도 오락가락 합니다. 보수단체들의 불법폭력시위엔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서 진보단체의 시위는 일이나지도 않았는데 불법폭력 운운하며 겁을 주고 있습니다. 작년 중국 시위대의 폭력사건이 벌어졌을때 경찰의 모습은 어땠나요? 성조기를 불태울때는 적극적인데 인공기를 불태울땐 방관합니다. 꼭 인공기가 아니고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국기였어도 경찰은 수수방관했겠죠. 용역깡패들의 난동에도 경찰은 꿈쩍하지 않지만 유족들의 호소엔 너무나 적극적으로 진압하십니다.


어떠한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겁을 주는게 경찰의 할 일인가요? 경찰의 할일은 과도하게 규제하고 엄포를 놓는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게 경찰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경찰은 이게 폭력시위에 대한 예방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하는 짓들은 국민을 협박하고 미래의 범죄자로 보는 것일 뿐입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노동절 같은 경우엔 경찰도 축하 현수막도 걸어주고 행진을 할때 에스코트를 해주는등 협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몇 년간 노동절엔 특별한 노동탄압이 없는 한 폭력적인 일도 벌어지지 않았죠.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은 협력보다는 규제와 억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작년 촛불시위가 과도했던 측면이 없지 않은데 그렇게 된 이유도 경찰의 폭력진압이 시초가 되었습니다. 국민을 지켜줘야 할 경찰이 억압하고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은 폭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노동절을 축하해주고 촛불시위의 의미를 되새기는 집회를 보호해주면 될텐데 사전에 폭력시위 운운하면서 억압하는 경찰을 보며 왜 경찰이 정권의 개라며 욕을 먹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무서워서 국민들을 협박할까요. 이젠 부끄럽게 된 사람의 말을 빌려 이명박 정권에 한마디 하고 싶네요.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참, 이명박 대통령님 고춧가루 분사액 뿌린다는데 그거 국산 고춧가루인가요? 그거 꼭 국산으로 뿌려주세요.
촛불 시위대는 국산을 좋아하니까요. 국산이 더 맵고 신선하니까요. 
이 참에 애국 한번 하시죠? 한미FTA 때문에 농촌 망하게 생겼는데 농촌 좀 도와주자구요. 이왕 뿌릴거면 국산으로 뿌려주세요.


※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감기엔 소주에 고추가루를 탄 것이 특효라고 믿는 사람이 아직 있습니다. SI(돼지독감)가 유행인데 방역차원에서 고춧가루액을 뿌리면 효과가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