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과 함께 침몰한 개그콘서트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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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12. 20:51


서해에서 천안함이 침몰한지도 3주가 훌쩍 넘었다. 많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고, 구조에 나섰던 사람들까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었다. 천안함 침몰이 근래에는 큰 규모의 사고였지만 사실 서해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서해훼리호 사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려 300여명에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천안함 사고는 그 어떤 사건사고보다 국민들에게 관심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고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물속에 가라앉은 함미에 장병들이 살아 있을거라는 믿음, 그리고 정부의 안이한 대처등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건사고처럼 원인이 어느정도 명확하고 수습이 빨리 되었다면 이와 같은 전국민적인 슬픔과 관심은 끌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개콘 결방'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는 장병들을 생각하면 차마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에게 슬픔을 강요하는 KBS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큰 사건사고가 일어날때 방송사들은 연예프로그램의 편성을 없애고 추모 특별프로그램이나 조용한 프로그램들을 편성하곤 한다. 그에 대해서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KBS의 개콘 결방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3주동안 개콘이 결방될 동안 KBS는 천안함 추모의 이유를 들었지만 주말동안 KBS를 보면서 웃고 즐기지 않은 사람이 있나 묻고 싶다. 재미난 영화와 드라마는 여전히 계속 편성되고 있었고, 같은 오락프로그램인 1박2일은 어제 방송되었다. 하지만 유독 개콘은 결방되었다.

일요일 친구들과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여느때처럼 개콘을 보려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스펀지'가 하고 있는것 아닌가. 그렇다 3주째 개그콘서트가 결방된 것이다. 트위터를 보니 개콘 결방에 대한 항의글과 결방인지 묻는 글들이 넘쳐났다. KBS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음악과 개그 프로그램들은 결방한가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콘대신 방송된 스펀지에도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차라리 환경다큐프로그램이면 이해를 할 수 있겠다. 개콘 대신 방송하는 프로그램도 내용도 그렇고 출연자들의 웃음과 환호가 끊이지 않는 프로그램인데 무슨 추모가 되겠는가? 겉으론 천안함 침몰에 대한 추모를 하겠다고 말해놓고선 광고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머리를 쓴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개콘보고 웃으면 안되고, 드라마나 기타 연예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으면 된다는 말인가? KBS는 어제 천안함 침몰 성금모금 방송을 했는데 국가적 재난이면서 상당부분의 책임이 국가에게 있는데 왜 국민들에게 모금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개콘 보고 웃는다고 천안함 침몰을 슬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천안함 추모 편성을 제대로 할려면 KBS의 모든 연예오락드라마 프로그램들은 올스톱해야 할 것이다. 심야시간대나 낮시간에는 오락프로그램들은 그래도 방송하면서 눈가리고 아웅식의 프로그램 편성은 시청자들의 반발만 살 뿐이다. KBS라는 공영방송의 역할은 천안함 진상규명과 추모도 있지만 국민들에게 다시 희망과 활력을 줄 의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