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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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26. 13:13


후배에게 책 한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선물이라면 뭐든 좋지만 저는 선물중에 책이 제일 좋더군요. 책장을 넘길때마다 준 사람도 생각나고 또 다른 사람에게 기증이나 선물을 할 수도 있는 친환경적인(?) 선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물 받은 책은 심윤경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후배 두명과 일년에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그 출발이 된 책입니다.

2002년에 출간된 책이라 많이들 아실텐데 저는 이번에 접했습니다. 매스컴이나 지인을 통해 한번쯤은 들어본 책인데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면서 7~80년대 한국 현대사를 잘 녹여낸 작품입니다. 7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인왕산 아래 달동네에서 살고 있는 어린 동구네 식구들과 학교가 이야기의 주 배경입니다. 인왕산 아래는 서울 시내 한복판이 내려다보이는 중심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동구가 살던 7~80년대엔 서민들이 살던 달동네였습니다. 지금도 인왕산 아래엔 오래된 집들이 많이 보입니다. 서울의 중심과 가까우면서도 어울리지 못하는 동네가 바로 인왕산 아래의 달동네입니다.

특별할것 없는 동구네 식구들. 늘 며느리를 구박하는 할머니, 무뚜뚝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시집살이 때문에 늘 어둡지만 동구에겐 천사인 엄마. 그리고 어린 동구에게 여자를 알게해준 박 선생님과 이야기의 핵심인 여동생 영주가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말은 잘 못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깊고 착한 동구가 커가면서 겪게되는 가족사와 현대사를 잘 풀어낸 소설입니다.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는 한국 현대사에서 많은 사건이 일어난 기간입니다. 무너질줄 몰랐던 유신체제, 하지만 독재자 박정희는 자신의 부하에게 죽임을 당하고 민주주의가 올것 같았지만 다시 전두환의 신군부가 군홧발로 권력을 잡았습니다. 이어서 광주에선 5.18 민주항쟁이 발생했습니다. 정말 격동의 세월이었습니다.

동구네집도 새로 태어난 이쁜 영주때문에 전과는 다르게 집안이 밝아지고 화목해졌지만 뜻하지 않은 영주의 죽음으로 풍비박산이 되고 맙니다. 또 동구가 흠모했던 천사같은 박영은 선생님은 고향 광주로 내려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사건을 겪으면서 동구는 가족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무거운 내용은 아니라서 이틀만에 책을 다 읽은것 같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예상이 되는 줄거리 때문에 쉽게 책장을 넘길수가 없었습니다. 동구와 그 주변 인물들의 격게될 역사의 소용돌이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삶이 파괴되는걸 생각하지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 10점
심윤경 지음/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