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탱크주의] 미술관으로 돈 벌고 외국 관광객 유치하겠다.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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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30. 20:03

90년대 중반에 한참 [탱크주의]라는 광고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다. [세계경영]과 함께 [탱크주의]는 대우그룹을 상징하는 문구였는데, 탱크주의는 주로 대우에서도 대우전자 제품을 광고할때 쓰였다. 가전업계에서 3등이었던 대우전자가 한참 잘 나갈던 시절 사장이 배순훈이다. 배순훈 사장은 광고에 유인촌과 직접 출연[각주:1]해서 유명해졌는데 후에 김대중 정부에서 정통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 인기를 끌었던 [탱크주의]광고. '돈보다 더 좋은 문화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는것 같다.

오늘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배순훈 전 장관이 나오길래, 무슨 자서전을 써서 홍보하러 나왔나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대미술관 관장이란다. 전 현대미술관장이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빚고 쫓겨나다시피 사퇴한것 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나보다. 연초부터 봄까지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강호순 사건과 연이어 WBC가 나오면서 묻혀진것 같다. 사회가 워낙 시끄러우니 배순훈씨의 미술관장 임명은 뉴스거리가 안될지도 모르겠다.


◎ 유인촌 장관과 배순훈 관장. 사장과 배우에서 장관과 관장으로 바뀌었다.

전자회사 사장과 전 장관 출신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맡은건 의외이기도 하고 어울리지도 않지만 뭐, 미술에 조예가 깊다면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니 현대미술관의 나아갈 방향에서 문화를 결국 돈으로 보는 사람이었다. 출신의 한계가 드러나는 발언들을 쏟아냈는데, 구겐하임 미술관의 예를 들며 '우리도 기무사터에 세계적이고 큰 미술관을 짓고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연 1000만명이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을 짓겠다'라고 말했다. 문화는 가전제품과 달리 뚝딱뚝딱 만들어서 내놓으면 1000만명이 사는 제품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각하고 투자해야 그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런말도 했는데, 이 대목에서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의 발언에 이 정부가 문화를 이용해 달성할 목표가 무엇인지 실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술관을 크게 짓고 관람객이 많이 오고 성공하면 이명박 대통령도 성공하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의 업적이 쓰레기종량제 이듯 이명박 정권의 최대업적은 미술관 성공이 될지도 모르겠다. 문화가 미술관을 크게 짓고,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해서 미술계가 발전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지방의 예술가들은 고사직전[각주:2]인데 서울에 얼마나 큰 미술관을 으리으리하게 지을라고 하는지 대기업 CEO답게 이야기한다. 나는 세계에서 제일 큰 미술관보다 지역 곳곳에 소외된 지역에 작지만 지역민들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미술관을 짓는게 훨씬 우리나라 미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보고 싶어하는건 다른 나라에도 있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특색있는 작품들을 보고 싶어 한다.

문화마저 경영[각주:3]으로 생각하는 현 정부의 눈높이가 그대로 들어나는 발언들이었다. 미술관과 박물관들마저 민영화하는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배순훈 미술관장의 천박한 돈 중심의 사고부터 바뀌어야 우리나라 미술의 발전이 앞당겨 질 것이다.


배순훈 관장 임명 반대 문화연대 성명서

  1. 아침마당에서 그는 광고출연시 유인촌에게 연기를 지도받았다고 한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방송중에 유인촌 장관을 '유인촌씨'라고 실수도 했다. [본문으로]
  2. 서울의 눈으로 보면 지방의 축제들은 쓸모없고 중복되고 효율도 없다. 맞는말이다. 하지만 지방의 눈으로 보면 1년에 몇번 있는 축제에서 연예인 한번 보는게 문화활동이다. 축제들을 통합하고 축소시키기전에 지방의 국민들도 문화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문으로]
  3. 문화도 돈을 벌어야 취급을 받는다. 효율성이 낮다며 국립합창단마저 해체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뭘 바라겠는가. [본문으로]